[건강한 가족] 폐암 환자의 희망 북돋운 국산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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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3. 오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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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올해 초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많은 국내 연구자가 염원해 오던 일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중에서도 특히 이 약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약의 임상 데이터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인 ‘란셋 온콜로지’ 표지를 장식했다.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둘째, 국내 개발 신약도 이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꿈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적극적으로 유망한 약물을 국내에 도입해 물질 최적화, 공정 및 개발, 전임상 등의 과정을 거치고 글로벌 제약회사에 수출해 가치를 극대화했다.

 국산 폐암 신약이 중요한 이유는 폐암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고, 그중에서도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폐암은 흡연과 가장 큰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평생 담배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았더라도 걸릴 수 있다.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흡연 경험이 없는 아시아 지역의 여성에게서 가장 흔하다.

 다행히 항암 치료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 표적으로 삼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성과가 좋아졌다. 흔한 EGFR 양성 돌연변이는 최근 1세대부터 3세대 치료제까지 개발돼 폐암에서도 최적의 치료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개발된 국산 신약은 3세대 치료제다. 단 하나뿐이던 치료 옵션을 늘려 의미가 있다. 기존 치료 옵션은 외국 제약사의 고가 치료제다.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국내뿐 아니라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많은 동남아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생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기존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와 효과는 비슷하면서 심장이나 피부 독성 측면에서 부작용이 적어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다. 이로써 치료제가 삶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도 가능해졌다. 국산 신약이 여러 가지 약제와 병용하며 또 다른 옵션으로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갖고 있어 치료 옵션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제 국산 신약 개발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꿈을 펼칠 일만 남았다.

 한 가지 남은 과제는 건강보험 적용이다. 우리 신약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처방 가능한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하나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31일 ‘제4차 암 관리 종합계획’을 통해 암 환자 보장성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암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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