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임선민 교수 
급여 필요성 및 내성 환자에서의 진단 급여 맹점 조명

최근 국내에 TRK·MET·KRAS·RET 등을 타깃한 표적항암제들이 연이어 도입되며, 폐암 표적항암시대에 제2막이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NCCN 가이드라인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요법의 바이오마커인 PD-L1 검사와 함께 표적항암요법을 위해 EGFR, ALK, KRAS, ROS1, BRAF, NTRK1/2/3, MET 엑손14 결손 및 RET 등의 검사를 권고하며, 환자들이 새롭게 개발된 표적항암제들로 최적의 맞춤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폐암 진단 환경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고 검사 기간이 짧은 PCR 검사를 중심으로 한 순차적 검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빠른 진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근래 정부가 암환자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 검사를 본인부담 50% 수준으로 급여 적용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고, 종합적인 유전자 변이 진단의 물꼬를 텄지만, 현행 '조직생검'을 기반으로 한 NGS 검사는 샘플 채취의 한계 및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액체생검 기반의 NGS 검사법 사용이 증가하며, 기존 조직생검 기반의 검사법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던트 헬스가 개발한 '가던트360(Guardant360)'은 혈액 기반의 NGS 검사법으로, 미국에서 3세대 EGFR 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세계 최초의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타깃 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세계 최초의 KRAS 억제제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의 동반진단법(CDx)으로 승인 받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과 임선민 교수를 만나 현행 국내 폐암 환자의 진단상의 한계와 기존 조직생검 기반의 NGS 검사법 대비 액체생검 기반 검사법의 차별점, 대표적인 액체생검 진단법인 '가던트360'의 특장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현재 '가던트360' 등 액체생검 기반 진단법을 활용한 임상연구를 다양하게 진행 중이며, 실제 '가던트360'에 대해서는 글로벌 액세스 프로그램 등을 통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좌)와 조병철 센터장(우)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좌)와 조병철 센터장(우)

-최근 수개월 사이 국내에 다양한 종양유전자를 타깃한 표적항암제들이 도입되며, 폐암 진단시 NGS 검사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국내 폐암 환자에서 NGS 사용 현황과 그에 따른 개선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병철 교수(이하 조) : NCCN, ESMO 등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변이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서는 표적 치료제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EGFR, ALK, ROS1, MET, NTRK, KRAS 등 폐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이로 인해 바이오마커를 확인해 환자의 특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NGS가 활발하게 사용되기 전까지 국내 폐암 환자에서는 EGFR, ALK, ROS1 등 유전자 변이 여부를 차례대로 검사하는 방식이 대부분 사용됐다. 특히 과거에는 국내에서 허가받은 표적 치료제도 적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유전자에서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NGS를 고려했다.

지금은 초기부터 NGS를 빠르게 진행해 진단하는 것이 더욱 비용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EGFR, ALK, ROS1 유전자 변이를 가지지 않은 환자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EGFR, ALK, ROS1 중 하나라도 변이를 보이는 환자는 많아야 30~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나머지 65~70% 환자들은 또 다른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해 새롭게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순차적인 진단 검사를 통해 이미 조직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NGS 검사에 사용될 조직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NGS라 하더라도 조직생검의 경우 국내에서는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대략 4~6주가 소요된다. 즉, 결과를 받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선민 교수(이하 임) : 최근 NCCN 가이드라인은 암 진단 시 '종합 유전체 프로파일링(Comprehensive Genomic Profiling, CGP)' 검사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중 선택해 진행하게 되는데, 이 중 조직생검은 검사 후 최종 결과를 받기까지(Turn Around Time, TAT)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며, 조직의 양이 부족한 경우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액체생검은 2주 내외로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의 조직생검 기반의 NGS보다 액체생검 기반의 검사법이 더 우수하다는 말인가.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

조: 액체생검과 조직생검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개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조직생검의 장점은 조직을 떼서 직접 검사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액체생검이 무조건 민감도가 낮다는 것은 아니다. '가던트360'은 액체생검임에도 민감도가 매우 높아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조직생검은 결과를 받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조직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외과적인 시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가던트360'과 같은 액체생검은 외과적 시술이 필요없다. 10cc 정도의 혈액만 있으면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다. 이는 외과적 시술을 통해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에겐 상당한 장점이 된다. 특히 고령이거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 조직생검을 진행하면 출혈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액체생검은 진단 결과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통상 검사 이후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열흘 정도가 걸리는데, 이는 조직생검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때문에 급박하게 병원에 내원한 암 환자들에게는 액체생검을 권한다. 예를 들면, 한두 달 전부터 숨이 계속 차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다가 암병원에 내원해서야 폐에 지름 10cm 정도의 암 덩어리를 발견한 사례가 있었다. 자칫 진단을 위해 시간을 소모하다가는 오히려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환자가 강력하게 폐암으로 의심되는데 조직검사 일정을 소화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액체생검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액체생검 기반 NGS로도 현재 치료제가 개발된 변이 유전자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나.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

임: 그렇다. 현재 FDA에서 승인된 표적 치료제가 있고,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로 중요하게 알려져 있는 바이오마커들은 모두 액체생검을 통해 진단 가능하다.

NGS 패널 수가 더 많아진다고 무조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임상 현장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금 당장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은 바이오마커들에 대한 정보는 꼭 필요하지 않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개발된 바이오마커에 대한 결과 보고가 더욱 중요한데, 이러한 면에서는 액체생검이 더 유용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환자에게 액체생검을 권하는지 궁금하다.

임: 조직학적 진단이 어렵거나 폐암이 강력하게 의심되기 때문에 빠르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액체생검을 시도한다. 또한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 사용 이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도 액체생검을 진행한다. 기존 치료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는 액체생검만큼 좋은 진단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를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먼저, 폐암 4기가 강력하게 의심되지만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액체생검을 진행한다. 또한 조직검사를 진행했을 때 표적 치료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에게도 액체생검을 권하고 있다. 폐선암이고, 비흡연자 혹은 담배를 거의 피지 않는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액체생검과 조직생검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진단 결과가 빨리 필요한 상황이거나 혹은 조직생검에서 변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 조직 내 DNA, RNA 양이 부족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폐는 호흡과 관련된 기관이다. 환자가 폐암으로 인해 자칫 단 1분이라도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환자의 생명이 위급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환자를 제때 치료하기 위해 두 가지 종류의 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앞서 임 교수가 말한 것처럼, 기존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도 액체생검은 중요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NCCN, ESMO 가이드라인과 달리, 우리나라는 약제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서 이후 NGS 검사를 통해 변이 유전자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해당 표적 치료제를 급여 처방할 수 없다. NGS 검사가 해당 약제의 동반진단기기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게피티닙'이나 '아피티닙'을 먹다가 내성이 생긴 경우, 특정 진단법(코바스)을 활용해서 T790M 변이가 확인해야만 '오시머티닙'이나 '레이저티닙'을 급여로 처방할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 볼 때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느낀다. 만일 환자가 내성으로 인해 종양 부담이 증가한 상황이라면 숨쉬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종양 크기가 커지면 종양 속 괴사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직검사로는 종양세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매우 위험한 상황임에도 동반진단기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급여 처방을 받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진단을 한번 더 해야 한다. '가던트360' 등은 이미 FDA에서 허가를 받은 검증된 진단법인데,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답답하다.

-액체생검이 꼭 필요한 환자군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액체생검 기반 NGS에도 현행 NGS 급여를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조: 과거 조직생검에 대한 급여 논의가 있을 당시에도 찬반이 분분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조직생검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문헌을 통해 알려졌다. 조직생검은 표적 치료제 처방이 가능한 환자들에서 장기 생존이란 치료 성과를 이끄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액체생검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이 존재한다. 확실한 점은 액체생검 또한 암 진단에 있어서 임상적 결과를 개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조직검사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조직을 얻는 일이 쉽지 않는데다, 실제로 조직생검을 할 수 없는 환자들도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임상 현장에서 액체생검은 꼭 필요하다.

-아직 액체생검이 생소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조언한다면.

임: '가던트360'과 같이 진단 민감도가 높은 액체생검은 치료 표적을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폐암과 같이 질병 진행이 빠른 암종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진단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가던트360'으로 변이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를 통해 보다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경험한 환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표적 치료는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폐암 환자라면 꼭 액체생검을 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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