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표적치료 1년만에 내성 발생, 면역항암치료 받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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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픽]〈32〉 뇌 전이 폐암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어머니가 비소세포폐암 3기로 진단받고 투병 중입니다. EGFR 변이가 있다고 해서 표적항암제로 치료 중인데, 고작 1년 만에 내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뇌 전이도 있는 상태라 다른 표적항암제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내성이 생겨 암세포가 다시 증식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 큽니다. 약을 바꿔 치료 해도 또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면역항암제를 쓰는게 좋지 않을까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의 조언

최근의 폐암 치료는 다양한 표적·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개인 맞춤형으로 이뤄집니다. 폐암 치료의 정확도를 높여 생존기간을 늘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행성 혹은 전이성 폐암의 7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진단 후 여러 가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치료법을 결정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유전자 돌연변이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총 6종류의 표적항암제가 쓰이고 있습니다. 

빈도가 드물지만 ALK·ROS1·MET·NTRK1 등 유전자 돌연변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들이 개발돼 반드시 진단 후 검사를 받으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이전에 흡연력이 없거나 경한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폐암의 원인 유전자를 밝힐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NGS (차세대유전자시퀀싱) 방법으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번에 조직 또는 혈액에서 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질문을 주신 분의 어머님은 진단 당시 EGFR 변이를 확인해 치료를 하시고 1차 치료로 EGFR을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로 치료하다 내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EGFR 표적 치료제는 1세대 치료제 이레사·타세바, 2세대 치료제 지오트립·비짐프로, 3세대 치료제 렉라자·타그리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1세대나 2세대 치료제만을 보험급여로 1차 치료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1세대나 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고 나면 초반에는 대부분 종양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대략 1~2년 사이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약의 효과가 떨어지고 암세포가 다시 증식합니다. 더 이상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1차 치료에서 내성이 생겼어도 이를 극복한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렉라자·타그리소가 그 대표적입니다. EGFR 유전자에 T790M이라는 새로운 변이로 내성이 생겼을 때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암 증식을 억제하는 것을 임상시험에서 입증했습니다. 참고로 T790M 돌연변이는 1·2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약 60%에서 나타납니다.

뇌 전이가 있으면서 T790M 변이가 확인됐다면 렉라자·타그리소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국산 폐암 신약인 렉라자는 T790M 돌연변이 환자에게서 약 60%의 반응율을 보이며, 기존 약제들과는 다르게 뛰어난 중추신경계 (뇌·척수) 투과율을 보여 뇌전이가 동반된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최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8.9개월입니다. 렉라자를 복용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폐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면역항암제도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 단독 투약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EGFR 변이가 있는 폐암은 PD-1· PDL1 등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진행됐던 면역항암제의 대규모 3상 임상연구에서도 EGFR 변이가 확인된 환자는 임상에서 제외됐습니다. EGFR 돌연변이 양성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즉 PD-1이나 PD-L1을 억제하는 약제에 반응이 떨어지는 이유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 내 미세환경과 면역환경이 표적항암제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면역항암제 + 세포독성항암제 + 신생혈관억제제와 같이 병행하는 요법이 쓰입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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