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기대여명 10개월… 뇌전이 폐암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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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13.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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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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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100회 특집 인터뷰②>아미랑 100회 특집 두 번째 인터뷰입니다. 오늘은 폐암 4기를 진단받고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하신 박진규씨를 소개합니다. 그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와 함께 만나 ‘희망의 메시지’ 들어봤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와 박진규씨./사진=세브란스병원

기대여명 10개월이었지만…
폐암 환자의 45%는 4기, 20%는 3기 상태에서 폐암이 발견됩니다. 하지만 폐암을 늦게 발견했더라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아야 합니다. 매 순간 발전하고 있는 항암 치료 덕분에 생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박진규(64·경남 김해시)씨가 암 진단을 받은 건 2019년 가을입니다. 체중이 20kg 정도 빠져 걱정하던 때에, 회사에서 일하다가 극심한 복통과 두통을 느껴 응급실에 갔습니다. 곧바로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9cm 크기의 종양이 폐에서 발견됐습니다. 폐암 4기였습니다. 양쪽 폐와 뇌에 암이 퍼진 상태였습니다. 기대여명이 10개월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치의 홍민희 교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안했습니다. 살기 위해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2회 치료만으로도 종양이 줄어들기 시작해 희망이 생겼습니다. 2020년, 항암 치료 10회 차가 되자 종양은 3cm로 확연하게 줄었고 이후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종양은 더 이상 커지지도 않고 전이되지도 않았지만 재발의 불안함을 덜어내고자 박씨는 현재 6주 주기로 항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선 항암 치료를 한 지 2년이 지나면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 때문에 항암 치료를 중단해도 된다고 봅니다. 항암 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환자의 선택사항입니다.

박씨는 현재 ‘부분관해’ 상태입니다. 종양의 축소율이 50% 이상(9cm의 종양이 3cm로 감소)이면서 전이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지금처럼 건강 관리만 잘 한다면 이 상태를 5년째 유지하는 해인 내후년에 완치 판정을 받게 됩니다. 홍민희 교수는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완치에 이를 것이라 보기 때문에 이 인터뷰에도 함께 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박진규씨는 암 걱정 없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면역항암제가 폐암 ‘마의 장벽’ 무너뜨려
그동안 폐암 4기 환자에게 ‘생존 기간 1년’은 넘을 수 없는 ‘마의 장벽’이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마의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세계폐암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치료 시 기존 치료 대비 생존 기간이 2배 이상으로 연장됩니다. 키트루다의 경우 올해 3월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많은 환자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면역항암제로 인한 부작용은 조심해야 합니다. 자가 면역반응이 생길 수 있는데요. 박씨 역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피부 발진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이런 증상들은 치료제를 따로 복용하면 관리가 가능합니다.

뇌전이 폐암, 최선의 치료 선택 중요
앞서 말씀드렸듯 체중이 20kg 빠질 정도로 박진규씨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았습니다. 자가 호흡을 할 수 없을 만큼 암이 상당히 진행됐고, 뇌전이까지 있었습니다. 폐암 환자의 20~30%에서 다발성 뇌전이가 발생합니다. 이는 신경학적 손상으로 이어져 치료 예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데요. 박씨는 폐암 진단 당시와 6개월 후 두 번의 뇌전이를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말로 다 하지 못 할 고통을 겪었습니다. 통증이 극심했고 섬망(일시적 정신 혼란 상태)도 있었습니다. 곁에서 자신을 돌봐준 아내가 없었다면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은 박진규씨와 홍민희 교수가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무엇인지, 문답 형식으로 풀었습니다.

<박진규씨>

박진규씨./사진=세브란스병원

-현재 몸 상태가 어떤가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오전 4시쯤 일어나 삶은 계란 두 알과 시리얼을 먹고 집 주변 산을 가볍게 등산합니다. 아내와 함께 골프, 등산, 산책 등을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중입니다.”

-암을 진단받았을 때 심경이 어땠나요?
“절망스러웠습니다. 폐암 자체가 힘든 암인데, 몸 상태도 너무 좋지 않아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당시 면역항암제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암보다도 ‘항암 치료를 버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암 극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암을 진단 받았던 그 당시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항해를 하는 직업 특성상 한 달 동안 병원에 오지 못해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적도 있습니다. 혼자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을 정도입니다. 뇌전이로 인해 감마나이프 치료를 받는 시기에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8~9시간 동안 시술을 받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네 곳 뚫어 고정 틀을 설치해야 하는데, 마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사를 조일 때의 통증은 참기 힘들었습니다.”

-암 극복의 원동력은?
“저 하나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의 노력과 그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는 저의 몸 상태를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면역항암제를 1차 진행한 결과 종양의 사이즈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힘이 났습니다. 교수님을 더더욱 믿게 된 계기입니다. 의료진을 믿으니 ‘다 나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 저 하나만 바라보는 아내를 위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건 모두 아내 덕분입니다.”

-‘3cm 종양’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하는데, 두렵지 않나요?
“재발의 불안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기대여명 10개월이었던 제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면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체력이 좋아지고 더 건강해졌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발견 못 한 암을 방치하며 사는 것보다, 암을 인지하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태인 제가 오히려 축복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홍민희 교수>

홍민희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현재 박진규씨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려주세요.
“폐 속 종양의 크기는 3cm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CT로 볼 때 흔적이 남아있는 정도입니다. 항암 치료를 6주에 한 번씩 받고 있고요. 부분관해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시기만 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암은 있지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암을 한 번 극복했다고 해서 예전 생활로 돌아가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담배도 절대 피우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것 골고루 먹어야 암이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안감도 조금은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 우울, 슬픔 등의 감정은 암 극복에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암에 다시는 안 걸리려면’ 이라는 생각 대신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이라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 좋겠습니다.”

-박씨 외에도, 종양을 가지고 살아가는 암 환자가 많나요?
“네 암 경험자의 20% 정도가 종양을 가진 채 살아가십니다. 특히 면역항암제가 나온 이후로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관찰만 잘 한다면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박씨가 암을 극복한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저를 믿고 과감하게 면역항암제를 선택한 것입니다. 박씨가 폐암을 진단 받은 2019년만 하더라도 키트루다는 비급여 치료제였습니다. 가격이 꽤 부담됐을 텐데도 빠르게 치료를 받아주셔서 저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뇌전이 폐암의 경우 예후가 어떤가요?
“뇌전이 폐암 환자가 치료받지 않고 놔두면 7~8개월 내에 사망합니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해 시행해야 하는데, 박씨의 경우 감마나이프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감마나이프는 감마선을 쬐어 종양을 제거하는 방사선 치료의 한 종류인데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감마나이프 이외에도 표적항암제, 전뇌방사선, 절제수술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제일 기본적인 사항이 금연, 금주입니다. 간접흡연도 피해야 합니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 중요한데요. 특히 폐암 수술을 받은 뒤라면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통해 폐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세요.”

-마지막으로 전국에 있는 폐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폐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좌절합니다. 하지만 항암제 병용 요법을 포함해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고, 이는 폐암 4기 환자에게 확실한 희망입니다. 절대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주치의와 상담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신속하게 잘 받는 게 중요합니다.”

홍민희 교수가 강조하듯 생존율이 낮은 폐암이라고 해서 희망의 끈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폐암 치료법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미랑은 다음 인터뷰를 통해, 유전성 대장암 환자의 극복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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